글: 이용우 대중음악평론가
(from Cine21 -2005.07.29 12:00)
<카우보이 비밥>(TV시리즈: 1998년, 극장판: 2001년)은 이 시대 청(소)년들에 깊은 인상을 남긴 일본 애니메이션이다. 그 작품의 파장은 단지 재패니메이션 팬층에 그치지 않는데, 재즈, 블루스, 1940년대 팝, 로큰롤 등을 넘나드는 사운드트랙이 그 자체로 화제가 되며 애니메이션에 무심한 많은 음악 마니아까지 팬으로 끌어들인 바 있다.
“<카우보이 비밥>의 ‘진정한 승자’는 영화음악가 칸노 요코(菅野よう子)”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런 의미에서다.
이후 재패니메이션 음악가로서 명실상부한 대스타가 된 칸노 요코는 영화음악뿐 아니라 범주를 가리지 않는 엄청난 다작(多作)을 자랑하며, 수많은 장르를 포식하여 변화무쌍한 음악 스타일로 빚어내면서 ‘천재’란 칭송을 듣기도 하는 인물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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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래의 빙하기에 낙원을 찾아 떠나는 늑대들의 이야기를 다룬 TV시리즈 [Wolf’s Rain(2003)]은 ‘르네상스적 음악인’ 칸노 요코를 포함한 [카우보이 비밥]의 제작진이 재결합해 만든 작품이다. 칸노 요코는 오리지널 사운드트랙(C&L 발매)에서, 디스토피아적 현실에서 피안을 향한 꿈을 포기하지 않는 늑대들의 여정을 차분하고 묵상적으로 그린다. 그녀가 도쿄, 리우 데 자네이루, 나폴리, 로마, 바르샤바, 뉴욕 등지를 옮겨다니며 녹음한 결과는 풍성한 현악 세션과 뉴에이지 스타일로 요약할 수 있다. 묵상적인 피아노와 유려한 스트링이 어우러진 "ラクエン(樂園)", 사색적인 플루트와 전원적인 스트링이 결합된 "Sleeping Wolves"는 대표적이다.
물론 첫 트랙이자 주제가인 "Stray"와 엔딩 테마 "Gravity"는 예외다. '카우보이 비밥'에서 "Rain"을 불렀던 스티브 콘트가 다시 목소리를 보탠 "Stray"는 1980년대 메인스트림 팝 스타일이며, 사카모토 마야가 보컬로 참여한 "Gravity"는 전형적인 재패니메이션 엔딩 테마 스타일(‘서정파’)이다. 또 브라질의 베테랑 디바, 조이스가 노래한 보사 노바 "Coracao Selvagem"과 깔끔한 어쿠스틱 삼바 "Renga"는 빙하기 배경을 한 작품에 남미의 향취를 덧댄 점에서 칸노 요코의 재기(才氣)를 엿볼 수 있는 이채로운 곡이다. 언뜻 톰 웨이츠를 떠올리게 하는 "Visions of a Flame"과 재지한 소프라노 색소폰이 리드하는 마지막곡 "Paradiso"는 아쉬움과 먹먹한 여운을 남긴다.
재패니메이션이나 칸노 요코의 팬이라면 지나칠 수 없는 음반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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